언론의 담합

현장 기자들에게 익숙한 단어 중에는 ‘당꼬’가 있다. 이 단어는 ‘당고(Dang Go, 상의하다는 뜻의 일본말)’에서 유래됐다. 다만 기자 세계에서 ‘당꼬’라는 단어는 단순한 상의와 논의 수준을 넘어서 ‘담합’의 의미를 갖는다.

언론은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쳐 진실이 무엇인지를 전달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 기자들은 빠르게 현장에 달려가 현장을 꼼꼼히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해 세상에 알리고 있다고, 그렇게들 믿기 쉽다.

일부 기자에게 기사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공기(公器)가 아닌 ‘무기(武器)’다. 한 건의 기사가 만들어내는 파급력은 작지 않다. 기사에 언급된 이이 파면되거나 대통령이 사과하고 물러나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 큰 파급력은 기사를 무기로 만들기도 한다. 무기가 된 기사는 기자와 언론사의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빼앗아 진실을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의 눈을 가린다.

기사의 무기화는 경제 관련 출입처에서 자주 발생한다. 특정 기업체 홍보처가 ‘뻣뻣’한 자세를 유지하면 기자들이 같이 ‘조지자’며 답합해 기사를 쓰는 경우도 있다. 기사가 나가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기 쉬운 출입처를 대상으로 기자들끼리 ‘조지는 기사’를 동시에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기자들의 ‘답합’은 출입처의 회유를 통해 일어나기도 한다. 특정 부처 공무원이나 홍보처 직원이 ‘우리는 가족’임을 강조하고 나서는 경우다. 취재 명목으로 제주도나 해외 등지로 외유성 출장을 보내주는 일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고가의 상품을 기자들에게 제공하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부정적인 기사를 쓰지 못하게 한다. 같이 상품을 받은 기자들은 함께 펜을 내려 놓는 ‘답합’을 한다. 해당 출입처의 불편한 소식을 외면하거나 기사의 비중을 대폭 축소시켜버리는 것이다.

 

기자단에 소속된 기자들은 하나의 공동체가 된다. 기자단이라는 관행에 물든 일부 기자들은 소극적인 보도를 일삼게 된다. 특별한 사례가 아니면 공동취재를 하자는 묵언의 타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종에 대한 목마름은 접고 낙종만 피하자는 답합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게 된다.

 

‘송곳’처럼 튀어나와 불편한 진실을 다루는 기자들의 입을 막는 것도 출입처 관행에 젖은 다른 기자들이다. 2014년 세월호 국면 당시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오프 더 레코드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를 오마이뉴스, 경향신문은 보도했고 이들은 청와대 출입기자단으로부터 출입정지 63일 징계를 받았다.

 

담합 보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언론 수용자들에게 돌아온다. 언론이 담합을 통해 입을 다물어버리면 진실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버리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은 기자들의 담합과 취재 관행을 집중 조명하고 언론이 ‘무기’가 아닌 ‘공기’로서 제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기자들의 관행 보도를 통해, 쏟아지는 뉴스의 맥락 속에서 담합이 빚어낸 축소보도를 읽어야 함을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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