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미디어오늘, 새로운 20년을 준비합니다.

이정환 편집국장이 5000만 미디어오늘 독자들께 약속합니다!

2015년 한국 언론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망각과 무관심입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은 언뜻 평온해 보이지만 여전히 거리에는 눈물과 고통으로 꺼져가는 가슴을 부여안고 절망하며 탄식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휘청휘청 흔들리는 고공철탑 위에서 아슬아슬 버티는 사람들도 있고 진실의 조각을 붙들고 온갖 불이익을 감수하며 거대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장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용기있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세상은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왔습니다.

오늘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와 평화,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는 이처럼 깨어있는 사람들과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 덕분입니다. 투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역사의 퇴보를 막고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며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는 것은 한 사회를 사는 우리 모두의 희망이고 책무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치 권력과 기득권 세력의 결탁에 맞서고 자본 권력의 탐욕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망각과 무관심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망각과 무관심에 맞서

훗날 역사가 오늘을 어떻게 기록하게 될까요? 이명박근혜 정권 8년차를 맞는 2015년, 독재정권 시절에나 가능했으리라 여겼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낙하산 사장을 내리 꽂으면서 공영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지 오래고 보수 성향 신문들이 방송시장에 뛰어들면서 언론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습니다. 여전히 서슬퍼런 국가보안법은 트위터에 던진 농담 한 줄까지도 검열하고 있고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경찰과 검찰은 메신저 대화 내역까지 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한 시민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정권을 비판했던 언론인들이 취재 현장에서 쫓겨났습니다. 권력에 장악된 언론은 거짓 뉴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언론과 자본의 결탁은 구조적입니다. 부정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지만 둔감하고 무딘 언론의 비판은 핵심을 건드리지 못합니다. 분노하는 시민들의 절규는 거리에서 사그라들 뿐 어디에도 가 닿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빨리 잊고 또 쉽게 포기합니다. 무력감이 희망을 짓누르고 변화의 열망을 거세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구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언젠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의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국정원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감추려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논란으로 키웠고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을 터뜨렸습니다. 그러고도 여론에 쫓기자 청와대에서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뒷조사해 언론에 흘리기도 했죠. 우리는 국가범죄의 조직적인 은폐에 언론이 가담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국정원의 공작정치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 카르텔 안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고요.

불법 대선자금을 폭로한 성완종 리스트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면 논란으로 몰고 간 보수 언론의 보도는 권언유착을 넘어 권언복합체로 진화한 한국 언론의 현실을 드러내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고질적인 양비론과 진실을 가리는 물 타기 보도, 유체이탈 화법은 보수 언론의 해묵은 레퍼토리지만 늘 효과를 거뒀습니다. 국민들의 망각과 무관심이 기득권 세력에게는 권력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대변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지고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착취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게 현실입니다.

깨어있는 언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절입니다. 언제까지나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죠. 무지한 국민들 탓을 할 일도 아닙니다. 우리는 권언복합체의 횡포에 맞서는 동시에 닫힌 언로를 회복하고 공론장을 복원하기 위해 싸워야 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생산적인 비판과 토론이 활성화돼야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모두가 좀 더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믿습니다.

언론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자본과 결탁하면서 뉴스가 사라졌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국민들이 알아야 할 뉴스는 축소되거나 왜곡되거나 은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이고 한두 사람을 잠깐 속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고 여론을 호도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국민들을 속일 수는 없습니다. 불의에 맞서는 바른 언론이 있고 불이익을 감수하고 진실을 말하는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실의 폭발력

강물은 굽이굽이 흘러도 결국 바다로 흘러갑니다. 미디어오늘은 정반합의 원리로 역사가 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작동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에밀 졸라는 1897년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하면서 로로르(L’Aurore·여명)에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궁극적 승리에 대해 조금도 절망하지 않는다. 더욱 강력한 신념으로 거듭 말한다. 진실이 행군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 길을 막을 수 없음을. 진실이 지하에 묻히면 자라난다. 그리고 무서운 폭발력을 축적한다. 이것이 폭발하는 날에 세상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것이다.”

성경에는 “사람들이 잠잠하면 돌들이 소리지르리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미디어오늘은 권력과 자본의 결탁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의 언론이었고 핍박과 탄압으로 고군분투하는 정의로운 언론인들의 동지였습니다. 미디어오늘은 늘 진실의 편에 서왔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늘 가장 깊숙이 현장에 들어가되 도그마에 갇히지 않도록 다른 시각과 다른 프레임으로 사건의 실체와 이슈의 핵심을 추적해 왔습니다. 진영논리에 갇히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끊임없이 뉴스의 이면과 팩트 너머의 진실을 추구해 왔습니다.

20년 전 오늘 미디어오늘은 창간사에서 이렇게 선언한 바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부터 향하고자 하는 곳은 언론의 ‘심층’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한국의 언론을 작동시키는 본질적인 힘의 실체와 그것들의 운동 방식을 밝혀내고자 한다. … 우리가 앞으로 미디어오늘을 통해 보여줄 언론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이고 때로는 참회록이 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공정한 언론, 국민의 편에 서있는 사랑받는 언론을 기대하는 우리들의 의지와 희망의 기록이 될 것이다.” 이 선언은 지금도 유효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절실한 울림을 갖습니다.

미디어오늘의 약속

스무 살 청년으로 자란 미디어오늘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오늘, 5000만 독자들께 약속합니다.

하나, 제4의 권력, 언론에 대한 감시 감독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단순히 현상을 좇고 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슈의 생성과 유통, 그리고 인과관계를 파헤치겠습니다. 언론 보도의 이면을 추적하겠습니다. 언론의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정립하겠습니다.

둘, 저널리즘 비평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하겠습니다. 진영논리와 인상비평을 넘어 행간에 숨겨진 의도와 진실을 파고들겠습니다.

셋, 깊이 있는 비평을 위해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현장에 접근하겠습니다. 현장을 놓치지 않되 거꾸로 기자와 PD들을 취재하고 뉴스의 작동 방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넷, 성역과 금기, 그들만의 카르텔을 넘어서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어떤 권력과 자본과도 타협하지 않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이 쌓아올린 성역과 금기를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엠바고를 깨야 한다면 깨고 욕을 먹어야 한다면 먹겠습니다. 동료 언론인들을 고발해야 한다면 하겠습니다.

다섯, 언론자유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비판정신이 살아있는 언론과 함께 권력의 탄압에 맞서고 싸우는 언론인들을 지원하겠습니다.

여섯, 언론과 자본의 결탁을 고발하겠습니다. 광고와 지면을 맞바꾸는 음습한 거래, 그리고 그런 거래가 은폐하고 있는 자본의 범죄를 추적하고 폭로하겠습니다. 그게 미디어오늘의 역할이고 책무입니다.

일곱,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은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허용되고 생산적인 비판과 토론이 늘어나야 한다고 믿습니다.

여덟, 저널리즘의 미래를 모색하겠습니다. 디지털 뉴스 생태계로 옮겨오면서 뉴스가 파편화되고 의제 설정 기능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뉴스 유통 플랫폼을 제안하고 실험하겠습니다.

아홉, 맥락 저널리즘(contextualized journalism)을 선도하겠습니다. 오늘의 기사는 어제의 기사의 연장선 위에 있고 오늘의 기사는 모레 나올 기사의 토대가 됩니다. 오늘의 기사는 어제의 기사를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어제의 기사는 일주일 전, 한 달 전 기사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 이슈의 흐름과 사안의 핵심을 짚고 전망과 통찰을 담아내겠습니다.

열, 독자들과 소통을 확대하겠습니다. 뉴스 소비자들이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고 직접 의제 설정을 주도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미디어오늘은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뉴스, 소셜 뉴스의 시대를 개척하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의 변화

창간 20주년을 계기로 미디어오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전반에 걸쳐 전면적인 혁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 비평과 미디어 산업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강화하되 현장성과 파이팅을 강화해 대안 언론으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미디어오늘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바랍니다.

하나, 미디어오늘 베타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맥락 저널리즘의 새로운 실험을 위해 국내 최초로 영구 베타(Perpetual beta) 서비스 방식의 새로운 홈페이지를 곧 오픈합니다.

둘, 블랙 페이지와 레드 페이지를 신설합니다. 미디어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블랙 페이지와 이슈별 타임라인을 열람할 수 있는 레드 페이지를 구별해 미디어오늘의 전문성과 의제 설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계획입니다.

셋, 미디어 모듈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국내 언론 환경에 맞는 미디어 모듈을 개발해서 무료로 공개할 계획입니다.

넷, 팩트 체킹 서비스를 강화합니다. 끊임없이 주류 언론의 보도를 분석하고 검증하겠습니다. 단독닷컴과 오보의 역사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받아쓰기 저널리즘과 가짜 큐레이션 서비스가 남발하는 시대에 이슈의 생성과 확산 과정을 분석하고 검증하겠습니다. 오보의 역사를 기록하고 끝까지 비판하겠습니다.

다섯, 유료 독자 서비스를 확대합니다. 콘텐츠 유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습니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여섯, 익명 제보 플랫폼 미디어리크스를 가동합니다. 제보자의 신원을 보장합니다. 언론계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해 주십시오!

일곱, 데이터 저널리즘과 인포그래픽을 강화하겠습니다. 뉴스의 새로운 해석, 미디어오늘 카드뉴스도 새로운 시도를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여덟, 귀로 듣는 미디어오늘, 팟캐스트 오늘미디어가 새로운 이름으로 여러분을 찾아가겠습니다. 미디어오늘의 플랫폼이 더욱 넓어집니다. 새로운 채널을 계속 늘려가겠습니다.

아홉, 신문읽기교육(NIE)을 시작합니다. 수박 겉핥기식의 인상비평을 넘어 뉴스의 해체와 해석, 비판적 뉴스 읽기의 방법론을 선보입니다. 경제신문읽기교육(ENIE)의 새로운 커리큘럼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열, 심층기획과 탐사보도를 강화합니다. 창간 기획 ‘저널리즘의 미래’는 지면에 실리지 못한 콘텐츠를 풍성하게 보강해 오는 7월 인물과사상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됩니다. 혁신 저널리즘에 대한 기획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 관련 기획도 곧 시작합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도 곧 가동됩니다. 미디어오늘 스페셜도 더욱 강화됩니다.